​권기수 개인전 <동구리 20년> 일요시사 기사
<아트&아트인> '동구리 20주년' 권기수

이름 없는 자들의 이름

​장지선 기자

등록 2021.11.30 18:00:00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프로젝트스페이스 미음(ㅁ)에서 권기수 작가의 개인전 ‘동구리 20년’을 준비했다. 올해는 권기수의 기호화된 인격체 동구리가 탄생한지 20주년 되는 해. 하얗고 동그란 얼굴에 언제나 미소 짓고 있는 동구리는 권기수 작품에서 빼놓을 수없는 메인 캐릭터다.

권기수의 ‘동구리’는 무지개를 건너기도 하고 대나무에 매달려 있기도 하며,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기도 한다. 화려한 색감과 유쾌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그의 작품은 문화상품으로도 다양하게 소비됐다.

동양의 정신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권기수는 동구리의 또 다른 모습을 들춰냈다. 천진난만하고 귀여운 평소 모습이 아닌 유쾌하지만 냉소적이고 거친 동구리가 관람객들과 만난다. 프로젝트스페이스 미음 관계자는 “20주년인 만큼 권기수가 동구리를 어떤 의미로 만들고 그려왔는지 그 동안 숨겨왔던 그의 내면을 관람객에게 전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네오팝 아티스트로 알려진 권기수는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그의 작품은 장르와 형식적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화선지와 먹 대신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을 이용한 여백 없는 밝은 화면과 두꺼운 아웃라인, 평면성이 두드러진다.

하얗고 동그란 얼굴

냉소적이고 거칠게

동구리가 행위를 하고 있는 배경에는 대나무 숲과 매화, 파초, 보름달, 쪽배 등 동양화에서 상징성을 가진 소재가 자주 등장한다. 권기수는 동양의 정신에 풍자적 요소를 사용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보여주고 있다.

그의 무릉도원에는 많은 동구리가 서로 소통 없이 앞만 보며 획일적인 웃음을 짓고 있다. 불안과두려움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듯하지만 마치 SNS 가상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현대인의 모습처럼 어딘가 고독해 보인다.

타인의 시선과 긍정의 에너지를 강요받는 오늘을 살고 있지만 또 소외감을 느끼는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이번 전시에서 권기수는 표현주의적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빠른 붓놀림과 거친 붓 자국, 자유롭게 흐르는 물감 자국을 이용해 검은 먹이 가진 물성의 에너지를 시각화했다. 이번에 전시될 작품에서 동구리는 정형화 돼있지 않은 날것의 형태로 작가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동구리는 권기수가 2001년경 인물 드로잉을 빠른 속도로 그리기 위해 연습하던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즉흥적으로 빠르게 그려낸 동구리는 여전히 미소를 띤 채 관람객을 바라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절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흐르는 물감을 그대로 두어 동구리 위로 눈물 또는 피처럼 흘러 내려 번져 있는 모습은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진다.

유약한 내면 노출한

작가 자신의 모습

이번 전시에서 권기수는 작품을 오로지 동구리만으로 가득 메웠다. 화려한 무릉도원은 없고 하얀 여백으로 비워두거나 금색을 칠해 동구리만 주체로 강조된다. 마치 비잔틴 시대 황금으로 표현된 성당의 아이콘처럼 인물에만 시선이 머무르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황금색 모자이크 성상처럼 위엄 있고 전지전능한 모습은 아니다. 자신의 유약한 내면을 그대로 노출한 채 관람객과 마주하고 있다. 그가 20년 동안 그린 동구리는 예쁜 미소를 짓는 아이콘이 아닌 불안하고 상처받는 군중 속 한 사람, 바로 작가 자신이다.

권기수는 “이 전시는 20세 동구리의 내력을 밝히고 탐구하는 자리이자 동구리와 대화하는 동구리들의 잔치”라며 “이름 없는 자들의 이름을 부른다, 동구리들아”라고 말했다.

현대적 해석

프로젝트스페이스 미음 관계자는 “동구리 20년 전시는 권기수가 20년 동안 숨겨놓은 내면의 자화상을 공개하는 자리”라며 “장르와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확장하는 작가 권기수의 저력을 새롭게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내년 1월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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